보도자료

보도자료

2007.10.31, 화랑고무
대구의 지우개, 중국산 지우개를 지우다.

대구 ㈜화랑고무
오로지 지우개 하나로 13억 인구의 중국시장을 휩쓸고 있는 알토란같은 업체가 대구에 있다.
현재의 초등학생은 물론, 1950년대부터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 쯤 사용했을
‘점보‘ 또는 ’네모나‘ 브랜드의 지우개 30여 종(일반용·미술용·제도용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대구 북구 산격동 종합유통단지 내의 (주)화랑고무(대표 최봉인·68). 이 회사가 바로 거대 중국 시장을 뒤흔드는 주인공이다.

◆중국에서는 명품 대접

중국의 저가 문구제품들이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화랑 지우개’는 거꾸로 중국 학생들 사이에서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어떤 미술대학교에서는 “미술용 지우개는 화랑을 쓰라”고 권장하기까지 하고 있으며,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화랑 지우개’를 쓴다는 것.
중국의 문구점들은 연필 등 전체 문구 진열대 위에 큰 글씨로 ‘화랑고무’를 내걸고 마케팅을 하고 있을 정도.

‘화랑’의 중국(10개 대리점) 수출량은 일주일에 한 컨테이너(700짝×1천800개) 분량. 우리나라 문구로서는 중국에 선적, 수출하는 유일한 제품이다.

화랑고무가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중국 지우개는 표면이 딱딱해 연필로 쓴 글씨를 지울 때 종이까지 벗겨내는 흠이 있는 반면, ‘화랑’은 종이는 그대로 둔 채 글씨만 감쪽같이 지워내기 때문이다.

화랑고무는 2002~2004년에 걸쳐 ‘4B네모나’ ‘4B디자인’ ‘4B점보’ ‘화랑’ ‘화랑고무’ 등 100% 한글 브랜드로 중국정부에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때문에 화랑 측은 중국 수출품에 대해 더욱 더 엄정한 품질관리를 한다. 한글 브랜드로 수출하는 제품이 질이 안좋아 문제가 될 경우, 국가신뢰도와도 연관이 되기 때문이다.

화랑고무는 다른 중국진출 문구업체와는 달리 100% 대구서 생산한 제품을 컨테이너에 실어 중국으로 수출한다. 포장지는 물론, 제품에 ‘화랑고무 점보’ ‘화랑고무 네모나’ 등의 브랜드를 찍은 상태에서다. ‘화랑고무’는 한글로 상표를 찍어도 중국에서 명품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경쟁력?

화랑고무 최 사장은 ‘노력’과 ‘정성’이 오늘의 화랑 지우개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경영일념으로 1997년부터 중국을 수없이 드나들면서 현지의 메모지, 노트, 심지어는 교과서까지 닥치는 대로 구입, 그 종이질에 맞는 부드럽고 잘 지워지는 지우개를 만들어냈다.

특히 그는 화려한 포장 등 겉치레를 버리고 모양이나 디자인은 투박하지만 부드럽고 잘 지워지는 제품을 선택했다.

1950년 9월 대구 북구 칠성동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창립초기에만 해도 고무타이어를 잘라 호롱불에 녹이는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어냈다.

최 사장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뒤, 공장을 세운 선친의 뜻을 받들어 1965년부터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1980년대에는 중소기업 최고품질관리 훈장격인 ‘철탑산업훈장’을 비롯, 관련 표창장을 20여 개나 받았다. 1980년대 까지 책상용 고무판과 연필도 생산했지만 '오로지 한 길을 가야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업체가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최 사장은 지우개에 ‘올인’ 했다.

그 결과 1970~80년대에는 국내시장 40%가량을 선점, 미국과 유럽 등 세계 40개 국에 수출까지 했다. 당시 대구엔 외환업무를 취급하는 은행이 없어 서울에 사무실을 내기도 했다. 한국표준협회 설립 후 처음(1981년)으로 KS인증을 받아 현재까지 지우개로서는 국내에서 유일한 KS인증제품의 영예를 지키고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중국산이 밀려오면서 위기가 닥쳤다. 외국 시장을 서서히 내줘야했다. 최 사장은 내수를 다지면서 수제품 위주의 기술을 쌓아 경쟁력을 키웠다. 더욱이 컴퓨터 시대를 맞아 지우개 수요량이 급감하자 노인들에게 일을 맡기는 등 인건비를 최대한 절감, 원가절감을 이뤄냈다.

최 사장은 “중국 사람들은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가고, 제품에 한번 신뢰를 가지면 영원히 OK하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시장에서 무한한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